저는 이제까지 비주류의 길을 걸었습니다. 큰 교회에서의 사역을 일부러 피했습니다. 비겁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그런 곳에서 5년에서 10년 정도 사역한 다음 적당한 사이즈의 교회로 청빙되어 가는 그런 수순에 내 인생을 던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멘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었습니다. 처참한 실패를 맛 보았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의 마음에 형성된 가치와 이미지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법 규모있는 교회에 출석하는 인간들은 거의가 '골빈당'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골이 비어서 생각없이 교회만 다니는 인간들이란 말입니다. 꽤나 오래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런 교회에 소속해 있는 분들과 교제하면서 저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삐뚤어 진 것인지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웃을 향한 사랑, 사랑의 수고, 자발적 헌신, 조건 없이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 인격의 성숙....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저는 그런 교회에 소속되어 신앙생활 하시는 분들 보다 뒤떨어져 있는 자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일방적 성장주의와 메가처치 현상을 용인하자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큰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신앙에 병이 든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 맘에 그들을 향한 필요 이상의 분노와 조롱이 없는지...비판의 강도는 과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을 평가하는 그 기준으로 우리 자신들도 평가하고 있는지... 잘하는 것도 애써 깍아 내리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의 모습이 더 신자 다움으로 채워져 있는지... 정직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제법 규모있는 교회는 우리의 형제이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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