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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나눔 > from김관성목사
헌사
관리자 15-12-28 15:56 24818

나의 어머니에게서 세상의 아우들에게로
원고를 마감하면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살아 계실 때 목회하는 막내아들 걱정에 “요새 손님들 많이 늘었냐”를 입에 달고 사시던 어머니. 그 목소리는 생생한데 이제 제 곁에 어머니가 계시지 않네요. 인간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올해는 어머니에게 자랑하면서 나팔 불만한 일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1년만 더 사셨다면 아들이 라디오와 TV에 나오는 것을 보셨을 텐데……. 인세로 생긴 수입으로 예쁜 옷도 사 드리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단팥죽도 마음껏 드실 수 있었는데…….

지아비를 잘못 만난 이유로 인생의 시간들이 아픔과 고통만 가득했던 어머니의 생애를 생각하면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술과 노름에 중독되어 사셨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고래 고기 장사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셨던 어머니는 단 하루도 그 짐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시장을 지켜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고통스런 헌신의 길을 통해 저를 기르셨지요.
단칸방에서 살았던 그 시절, 아버지는 저녁만 되면 동네 아저씨들을 불러 모아 노름판을 열었습니다. 저녁 7시에 시작된 노름은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방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지요. 우리 집의 유일한 공기 청정 지역이었던 책상 밑 공간에 어머니와 저는 머리를 집어넣고 잠을 청했습니다. “엄마. 내가 훌륭하게 자라서 호강시켜 드릴 테니 절대로 도망가면 안 돼. 알겠지”
울면서 저의 얼굴을 만지시던 그 떨리던 손길을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들이 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서럽고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어머니는 42살 늦은 나이에 저를 낳으시고 42년의 시간을 저와 동행하셨습니다. 좋았던 날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많았던 어머니의 삶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눈물짓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건들이 스치고 지나가네요.
1. 귀 뒤와 손등을 이태리 타올로 아플 때까지 씻기시면서 막내아들인 저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한다고 말하시던 모습.
2. 초등학교 운동회 때 “우리 아들 이겨라” 미친 듯이 고함지르시던 모습.
3. 도둑질하다가 잡힌 날, 슈퍼마켓 아저씨에게 나 대신 머리 조아리며 비시던 모습.
4. 시시한 4년제 대학, 신학교에 합격하자 “우리 아들 대학 붙었다”고 온 동네 돌아다니며 나팔 부시던 모습(학교는 절대로 말 안 하시던 그 끈질김).
5. 목사 안수 받던 날, 경로당 할머니들에게 떡 돌리시며 “우리 아들 큰 집에 살게 되었다”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뻥치시던 모습.
6. 전도사 시절, 둘이서 살 때, 난방할 돈이 없어서 둘이서 꼭 안고 자던 겨울날 새벽에, 기도회 간다고 찬물에 머리 감는 아들 보고 미안해하며 우시던 모습.
7. 돈 한 푼 없이 유학 가던 날, 아무것도 못 해 줘서 미안하다고 내 품에 안겨서 우시던 모습.
8. 신병 교육대에서 면회하던 날, 행군하다가 발바닥과 뒤축이 물집 잡혀 다 까진 모습을 보며 우시던 모습.
9. 교회 개척한 아들에게 “요새는 손님들 많이 오냐”고 간절하게 물어 보시던 모습.
10. 돌아가시기 전, “절대로 너희 아버지 옆에는 묻지 마라”고 부탁하시던 모습.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어머니. 목회의 길을 선택한 이 아들을 용서하세요. 세상의 성공보다 더 귀하고 복된 자리로 부름받고 있는 아들을 이해해 주세요. 한 평생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막내아들, 부끄럽지 않는 모습으로 살다가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가겠습니다. 나이 40살에도 끊지 못했던 어머니의 가슴 만지는 그 버릇을 천국에서도 이어가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사랑과 어머니와 함께 만든 아름답고, 아프고, 서러웠던 모든 추억을 가지고 남은 생을 견뎌 내겠습니다. 무엇보다 고래 고기 장사하는 강씨 집의 막내아들이라는 이 이름표를 한평생 자랑하며 살겠습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이 책 《살아 봐야 알게 되는 것》은 고단한 삶을 견뎌 내신 어머니의 품에서 자란 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아우들에게 전하는 작은 위로입니다.
울산 성남시장에서 고래 고기를 팔아서
자신의 가정을 지켜 내고 그 품안에서 저를 길러 내신
어머니, 강엄전 집사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p.s.책은 11월 13일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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