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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나눔 > from김관성목사
아버지의 유산
관리자 15-12-28 15:58 25410

"아버지께서 전해주신 삶의 유산은 무엇이 있을까?" 어제밤 원장님, 목사님, 교수님, 아우님과 대화를 하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솔직히 한 평생 술과 노름으로 삶을 일관하신 아버지에게서 귀하고 복된 것을 배운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신 조언을 마음에 담아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쥐어짜보니 한 가지 정도가 떠오르는군요. 알콜 중독으로 사시면서도 집에서 밥은 꼬박 꼬박 챙겨 드셨던 우리 아버지, 항상 아버지 자신보다 더 심한 알콜 중독 아저씨들이나 행색이 더 못해 보이는 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셔서 밥을 먹이셨던 기억이 남습니다. 자기는 돈도 안 벌면서도 어머니에게 돈을 받아서 그 아저씨들에게 용돈과 차비를 주셔서 집으로 보내시던 모습도 생각이 나네요. 돈을 주시면서 늘 하시던 말씀은 정해져 있었지요. “너희들 열심히 살아야 된다. 술만 마시고 가정 안 챙기면 안 된다.” 코메디 같은 모습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런 종류의 설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술로 사시는 분이 술로 사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해야 된다고 봐야할까요?

여하튼,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찾아온 문상객들은 함께 지내시던 술꾼, 노름꾼 아저씨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오셔서 하시던 말씀이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니가 천복이 형님 막내 아들이가? 너희 아버지 참 정이 많았다. 자기는 못 먹어도 우리한테 항상 밥 사주고 돈 주고....... 막내야 너희 아버지 너무 미워하지 마래이. 너거 아버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솔직히 저는 아저씨들의 말씀들을 죽은 사람을 향한 접대용 멘트 정도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아버지의 그 정서가 저에게 새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밥을 잘 사줍니다. 돈도 잘 줍니다. 저의 주변분 들에게 물어보시면 확인 가능할 겁니다. 저의 한 달 평균 수입 이상의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저의 마음은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되나? 돈 모은 것 죄 아이가? 나 목사잖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야. 임마 밥 사줄게 나와.” 그렇게 사용한 돈이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니 1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저의 자랑이 아니니 불편해 하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이런 식의 삶의 태도가 어디에서 왔을까요? 아버지의 모습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카피되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껏 아버지가 내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어쩌면 목사의 자질 중에 가장 중요한 그 어떤 것을 저의 영혼에 새겨주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살았던 시간들을 종식시킬 시간이 저에게 찾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저에게 새겨주신 유산 잘 이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족들의 삶도 잘 챙기는 가장이 될랍니다. 아버지보다는 좀 더 멋지게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아버지 정도로 사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고단하셨지요? 그 맘 조금은 알것같아요. 아버지를 향한 미움과 원망을 조금씩 내려놓겠습니다. 지금 당장 다 내려놓아라고 소리치지는 마세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ㅎㅎ. 아버지. 쫌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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